누군가에게 하루는 시끄럽게 시작된다.
알람이 울리고, 정신없이 씻고, 무언가를 챙기고, 서둘러 나선다.
또 누군가에겐 하루가 조용하게 시작된다.
햇빛이 들어오고,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틀고, 책을 넘기며 시작된다.
하루를 보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남이 짠 시간표에 나를 끼워 맞추려 한다.
“성공한 사람의 루틴 따라하기”
“아침 5시 클럽”
“하루를 쪼개 쓰는 법”
이런 글을 읽고 계획표를 따라해보지만
결국 몇 번 실천하다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건 내 하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더 잘 사는 법’보다
‘나에게 맞는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를 먼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삶에 정말 필요한 건
루틴도, 계획표도 아닌
“나만의 하루 사용 설명서”였다.
하루를 고장 내는 건 실패한 계획이 아니라, 나를 모르는 것
계획표를 짤 때는 늘 욕심이 앞선다.
기상 6시, 스트레칭, 물 1잔, 책 10쪽, 업무 집중, 커피 줄이기, SNS 자제…
하지만 계획이 무너질 때마다
우리는 ‘나’에게 실망한다.
“또 실패했네.”
“역시 난 게으른가 봐.”
그런데 정말 게을러서 그랬을까?
아니다.
그 계획이 지금의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전자기기 사용 설명서를 다른 기계에 적용하는 것과 같다.
하루를 잘 살기 위한 첫걸음은
“나라는 기계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나만의 사용 설명서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매일 하루를 끝내기 전
다섯 가지 질문을 적어본다.
오늘 하루 중 가장 에너지가 높았던 시간은 언제였지?
오늘 가장 나를 지치게 만든 건 무엇이었지?
무엇을 할 때 가장 집중이 잘 되었나?
내가 좋아하는 공간과 싫어하는 공간은?
오늘 하루에서 기억하고 싶은 감정은?
이 질문들을 며칠간만 기록해보면
내가 어떤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인지 조금씩 보인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나만의 하루 사용 설명서를 써 내려간다.
사용 설명서는 이렇게 생겼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기상 시간: 7시 반 이후가 가장 자연스러움
아침 루틴: 말 없는 시간 → 음악 → 커피
집중 시간: 오전 10시~12시 / 밤 9시 이후
기분 전환 방법: 햇빛 받기, 노트 필기
피해야 할 상황: 점심 직후 미팅, 아침 무거운 뉴스
에너지 리셋법: 짧은 산책 or 샤워
이건 남들이 보기엔 아무 의미 없어 보이지만,
나라는 사람을 하루 동안 어떻게 다루면 좋은지를 알려주는 가장 정확한 매뉴얼이다.
이 설명서는 계속 업데이트된다
중요한 건,
이 사용 설명서는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바뀌고 자라나는 설명서라는 점이다.
어떤 날은 변화가 생기고,
어떤 날은 무너지고,
어떤 날은 다시 세워진다.
그 흐름을 기록하고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
그것이 나를 아끼는 루틴이고
내 삶의 리듬을 찾는 방식이다.
결론 –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나다
누군가의 하루가 아닌
나만의 하루를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계획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다.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한 유일한 정답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다.
오늘 하루, 당신은 언제 빛났고 언제 지쳤는가?
그리고 그 감정을 내일은 어떻게 다뤄주고 싶은가?
그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자신만의 하루 사용 설명서를 쓰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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