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라는 이름도 안전의 보증서는 아니다
거래가 잘된다는 것과 맡긴 자산이 안전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국경제와 KBS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약 63억 달러 규모의 해킹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KBS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내 거래소들을 불러 보안 체계를 점검했다.
바이낸스는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보전 약속과 실제 이행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거래소의 규모와 유명세만으로 신뢰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 거래를 연결하는 기능, 이행을 책임지는 기능
주문이 체결돼도 거래는 끝나지 않는다. 약속한 돈과 자산을 주고받아야 비로소 마무리된다. 상대방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위험을 줄이는 것이 금융시장인프라의 중요한 역할이다.
한국거래소 중앙청산기관(CCP)는 청산 대상 거래에서 회원들의 거래상대방이 되어 결제이행을 보증한다.
즉 중고거래에서 거래하기로한 물건 대신 거래상대방이 몰래 벽돌을 넣어 보내는 사기행위는 중앙청산기관이 신용리스크(Credit Risk) 책임지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거래소의 면책적 채무인수는 그 핵심이다. 회원은 원래 상대방에 대한 채무를 면하지만, CCP에 같은 내용의 채무를 부담한다. 물론 빚을 없애주는 제도가 아니다.
■ 신뢰를 떠받치는 것은 사전에 마련한 장치
CCP는 회원의 결제능력을 심사하고, 증거금과 담보를 확보하며, 위험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결제불이행에 대비한 공동기금 등 재원과 처리 절차도 마련한다.
신뢰의 근거는 문제가 생긴 뒤의 설명에만 있지 않다. 누가 의무를 이행하고, 어떤 재원으로 손실에 대응하는지를 미리 정해 놓는 데 있다.

■ 해킹 방지와 신용위험 관리는 구분해야 한다
그렇다고 CCP가 있으면 해킹을 막거나 모든 손실을 보상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사건은 보안·자산보관 위험이고, CCP의 핵심 역할은 거래상대방의 결제불이행 위험 관리다. CCP 자체에도 집중위험과 운영위험이 있어 감독과 검증이 필요하다.
코인거래소 역시 보호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호 범위와 재원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가격하락 손실까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투자자가 물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얼마나 큰 거래소인가에 더해,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가. 시장의 신뢰는 광고가 아니라 책임 구조와 이행 능력에서 만들어진다.
다음 편: 상대방이 돈을 못 갚으면? CCP 면책적 채무인수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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